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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실하의 논문 및 발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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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짜    2002-07-03 21:16:26  (조회수: 4007)
이 름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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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민족문화가 왜곡된 원인과 대안의 모색(1998)



"민족문화가 왜곡된 원인과 대안의 모색" (경산 경일대신문, 1998. 9. 28)    
                                                       (경일대/효성카톨릭대 연재 3번째 글)
                    우실하(사회학박사, 연세대, 홍익대, 성공회대,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1. 우리 문화사의 특수성

  서구의 시각으로 ‘동양’을 재단하고 ‘비합리적, 비과학적’이라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은 비서구 사회에 널리 퍼져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의 제3세계와는 다른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 제3세계는 주로 서구의 식민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반제국주의는 곧 ‘반(反)서구 ’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서구를 모방한 일제의 식민 지배를 받은 까닭에 반제국주의는 ‘반(反)일본’을 의미하는 것이었을 뿐 ‘반서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서양은 언제나 일제와 대비되는 것으로 일제의 침략 의도를 견제하는 ‘고마운 나라’(?)였던 것이다.
  예를 들면, (1)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에 위반되는 일제의 신사참배를 완강하게 거부하던 서구의 모습은 일제의 압제에 시달리던 한국인들에게는 우리를 돕는 고마운 ‘우방이자 친구’로 여겨졌고, (2)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한 성경의 한글 번역은 천대받던 한글을 보급하는 근대적 계몽주의자들의 고마움으로만 기억되고 있으며, (3) 기독교를 보급하기 위한 ‘선교 기지’로 설립된 각종 학교들이 단순히 근대 교육의 기초를 만들어준 ‘고마운 이웃’의 자비로만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노력과 봉사의 순기능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순기능의 이면에 도사린 역기능에 대해서도 우리는 다시 읽어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방을 맞이한 제3세계가 ‘반제국주의’ ‘반서양주의’를 외치고 있을 때, 우리는 고마운(?) 미군정(美軍政)의 도움으로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고 있었다. 모든 것이 미국의 기준과 가치에 입각한 것이었다. 일제 강탈기에 일제 잣대와 가치 기준에 입각해서 전통 문화가 재단되었다면, 해방 이후에는 미국의 잣대와 가치 기준에 입각해서 우리의 전통 문화가 다시 한 번 재단되는 비극을 맞이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화사의 비극을 ‘비극’으로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일본에 대해서는 아직도 피가 솟구치는 분노를 느끼면서도, 서구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한없는 동경심을 지니고 있다. 일본의 대중문화 개방에 대해서는 온통 법석을 떨면서도, 정작 서구 특히 미국의 대중문화는 아무런 제약 없이 들어온다. 그 와중에 젊은이들은 서구 문화에 길들여지고, 서구의 잣대로 우리의 문화를 재단하는 오리엔탈리즘은 강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세계 문화사의 비극은 서구의 시각에서 비서구 문화를 비하하고 낙인찍어 온 ‘문화의 마녀 사냥’에 있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앞서 지적한 우리 문화사의 특수한 역사 때문에 이러한 ‘문화의 마녀 사냥’을 ‘마녀 사냥’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합리화시켜 온 것이다.
  근대화를 가로막는 모든 것은 ‘미신’이나 ‘봉건적 유산’으로 낙인찍혔고, 그렇게 낙인찍힌 것들의 대부분은 우리 민족과 함께 오랜 역사를 함께 했던 ‘전통 문화’ㆍ‘민족 문화’였던 것이다. 그런 ‘봉건적 유산’(?)ㆍ‘미신’(?)은 언제나 근대화=서구화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역사에서 사라져갔던 것이다.  

2. 한국 전통 문화의 문법  

  모든 문화적 산물은 그것을 만들고 변형시켜온 ‘문화적 문법’이 있기 마련이다. 경기규칙을 모르면 축구가 재미있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화의 문법을 모르면 그 문화의 산물들을 해독할 수가 없다. 또한, 축구의 규칙을 통해서 야구를 본다면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일 수밖에 없다. 서구의 문화적 문법으로 동양의 문화를 바라볼 때도,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일 것이고, 이런 까닭에 서구인들은 ‘비합리적’, ‘비과학적’, ‘신비적’이라는 수식어를 동양의 문화에 붙인 것이다.  
  우리 전통 문화의 ‘문화적 텍스트’(=東器)를 읽는 ‘문화적 문법’(=東道)은, (1) 역사상(易思想)/음양론(陰陽論), (2)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 (3) 삼재론(三才論)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최소한 2000년 이상을 지속해온 우리 문화의 문법들로, 이른바 ‘한자 문화권’ 또는 ‘유교 문화권’에서 공유하고 있다. 우리들에게 남겨진 유형ㆍ무형의 문화적 산물들은 대부분 이러한 사상을 토대로 해서 곧, 이런 문화적 문법을 통해서 형성된 것들이다. 이런 문화적 문법에 대한 선이해 없이는 우리의 전통 문화는 해독되지 않는 수수께끼에 머물 뿐이다.
  이러한 세 가지의 ‘사상적 구성 요소’들을 공유한 나라 사이의 문화적 차별성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문화의 구성 원리’이다. 곧, ‘문화적 문법’을 이루는 세 가지 ‘사상적 구성 요소’들 사이의 독특한 관계가 ‘문화의 구성 원리’이다. 필자는 ‘삼재론’이 ‘역사상/음양론과 음양오행론’을 통제․종속시키고 있는 ‘삼재론 중심의 음양오행론’을 ‘한국 전통 문화의 구성 원리’로 제시한 바 있다.

3. 인식론적 전환으로서의 동도동기론(東道東器論)

   우리의 왜곡된 문화사를 통해서 서구의 시각에서 자신을 스스로 비하하는 오리엔탈리즘을 단순히 폭로하거나, 그것의 사회 구조적 재생산의 메카니즘을 밝히는 것으로 오리엔탈리즘이 해체되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문화와 정보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이제는 우리의 시각과 잣대로 우리의 문화 가운데 무엇이 버릴 것이고, 어떤 것이 되살릴 만한 것인 지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만이 이제까지 한갓 구호에 불과했던 ‘전통 문화의 창조적 계승과 서구 문화의 비판적 계승’이라는 것이 현실화될 수 있다.
   필자는 동양 정신의 우월성을 전제로 서양의 문물만을 선별적으로 수용하고자 했던 과거의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의 한계를 극복하고 서구 중심적인 오리엔탈리즘을 해체ㆍ극복하기 위한 인식 전환으로서 동도동기론(東道東器論)을 제시한 바 있다. ‘동도동기론’이란 ‘동양의 사유체계와 세계관’(=東道)의 맥락에서 ‘동양 문화의 산물들’(=東器)을 해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정당한 읽기이며, 자신의 문화에 대한 정당한 읽기가 된 이후에야 다른 문화의 장점을 흡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서구적 시각에서 동양  문화를 읽고 비합리적, 신비적이라고 비하하는 오리엔탈리즘은 서도동기론(西道東器論)에 빗대어 볼 수 있다. 곧, ‘서도동기론’이란 ‘서구의 문화적 문법’(=西道)을 통해서 ‘동양의 문화적 산물’(=東器)을 해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다른 문화를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는 잘못된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를 능통하게 하는 ‘세계인’이 되기 전에 자신이 문화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한국인’이 먼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초등학교에서부터 영어교육을 한다고 법석을 떨면서, 진작 우리의 전통 문화나 사유 체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고 제도적 뒷받침도 없다면 우리 문화의 21세기는 없다.  (18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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