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AIST 사태관련 보도를 보면 학생들이 일주일에 3-4일은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한단다. 축제 기간에도 오후에는 수업을 하고....
나는 대학 시절은 대자연과 만나고 수많은 사람들과 영혼의 대화를 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방학 때는 무조건 돈을 빌어서라도 1주일 이상 혼자 여행을 떠나라고 조언한다. 대학 시절이외에는 자신의 영혼과 대화하고 대자연과 대화하는 기회는 거의 없다고. 많은 학생들이 방학을 마치면 감사의 이메일을 보낸다. 조언대로 아무 생각없이 혼자 가보니 별별 생각이 다들고, 자신이 성숙해진 것 같다고....
KAIST 같은 곳이야 말로 교양과정을 정말로 신경써서 잘 짜야한다는 생각이다. 그저 밤을 새면서 공부만하면 21세기를 주도할 창의적인 인재들이 길러지는게 아니다. 아래는 항공대학보에 실린 필자의 사설이다. KAIST의 현실을 생각하면서 서남표 총장님이 한번쯤 읽어보고 새로운 생각의 실마리가 되었으면 해서 올려놓는다.
[항공대학보] 2006.11.13일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아니다!
우실하 (교양학부 교수)
이 세상에 50억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데,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학생 시절을 보내면서 항상 궁금해 하던 것이다. 이들을 모두 만나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자’는 것이 어린 시절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혼자서 여행을 다녔다.
방학이 되면 무조건 배낭을 메고,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제는 전국 방방곡곡 안돌아 다닌 곳이 없을 정도다. 혼자 다니는 여행을 통해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이런 매력 때문에 학생들에게도 ‘혼자’ 가는 여행을 많이 권하는 편이다.
중학교 까까머리 시절, 해질녘에 산사에서 스님이 따라주는 녹차의 향기를 잊을 수가 없어서 그 후로 차 생활을 시작했다. 새벽 예불을 마친 스님의 방에서 잠결에 들려오는 대금소리가 너무도 좋아서 국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아름다운 기억이 없었다면, 서구 일색의 환경과 서양음악일색의 교육과정에서 내가 차 생활을 하고 우리 음악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는 말이다. 단언하건데 독서나 하면서 집구석에 처박혀 있기에는 가을은 너무나 아깝다. 천지 사방이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고 자태를 뽐내는 아름다운 대자연을 뒤로 하고 방구석에 앉아 책이나 읽으라니! 나는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아름다운 대자연을 벗 삼아 2주 정도 혼자 여행을 다니면 책을 100권 읽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독서는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나다니기 힘든 무더운 여름이나 아주 추운 겨울에는 대야에 발을 담그거나 군고구마를 먹으며 독서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물론 가을에 여행을 하면서 독서를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여간 가을에는 먼저 여행을 떠나보자. 그리고 남는 시간에 독서를 해도 늦지 않다.
특히 혼자 가는 여행은 많은 생각들을 떠오르게 하고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해준다. 사춘기 이후 해결하지 못하고 억압되어 있던 기본적인 질문들, ‘인간이 무엇인가?’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등 일상적인 생활에서 숨겨두었던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그 질문들에 스스로 답을 준비하게끔 한다.
대학 시절은 마음만 먹으면 방학을 이용해서 1-2주 동안 혼자서 여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라는 것도 기억해 두자. 졸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1-2주 동안 혼자서 여행하는 것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기껏해야 무더운 여름철에 4-5일의 휴가가 주어질 뿐이다. 대학 4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방학 때마다 무조건 2주 정도 혼자 여행을 다녔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램이다. 인생 전체에서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오로지 대학시절 뿐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 두자.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올해 가을은 오는가 싶더니 지나가 버린 것 같다. 몇 일전 강원도 산간에는 벌써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늦지는 않았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기말고사가 시작되기 전에 한번쯤 여행을 떠나보자. 혼자 여행을 다녀와서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내 연구실로 찾아와라! 여행경비 다 물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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