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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8 13:22:48 (조회수: 46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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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우실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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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gaonnur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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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실하, <대중화주의에 인근국 초토화> (월간중앙, 2006.10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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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2006.10월호
이슈기획| 탐원공정이 中國 본색: 역사 왜곡의 노림수 무엇인가?
大중화주의에 인근국 초토화
“단대공정ㆍ탐원공정ㆍ동북공정ㆍ요하문명론으로 1만 년 중국 역사 만들어”
우실하 항공대 교양학부 교수<woosilha@hau.ac.kr>
동북공정은 ‘고구려공정’이 아니다. 중국은 고구려ㆍ발해뿐 아니라 고조선의 역사도 중국사에 편입시키고 있다. 상상을 뛰어넘는 역사 왜곡의 몸통, 탐원공정의 실체는?
동북공정을 말하기에 앞서 중국이 말하는 ‘동북’(東北)을 먼저 말하자. 동북은 동북 3성(吉林ㆍ遼寧ㆍ黑龍江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동북공정은 동북 3성 일대에서 발원한 모든 민족과 역사를 중국 민족과 역사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고구려사뿐 아니라 발해사와 고조선사도 그 대상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동북에서 발원한 모든 고대 민족은 중국의 신화적 인물인 황제(黃帝)의 손자 고양씨(高陽氏) 전욱(전頊)과 고신씨(高辛氏) 제곡(帝곡), 두 씨족부락의 후손이라고 주장한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에 대한 중국의 해석 또한 제멋대로다. 고주몽의 고씨 성은 고양씨의 후손이기 때문에 붙은 것이며, 따라서 고구려는 중화민족의 일원이라는 것. 이런 엉뚱한 논리를 바탕으로 중국은 고구려ㆍ발해는 물론 고조선의 역사와 민족까지 중국의 역사와 중화민족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역사 왜곡의 범위를 거대하게 키웠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 2002년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시작했을 때 우리 정부가 고구려연구재단으로 대응책을 마련한 예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정부가 구상 중인 동북아역사재단도 고구려연구재단으로 대응한 예와 크게 다르지 않아 걱정스럽다. 최근의 ‘백두산공정’에 대해 외교부는 ‘백두산공정은 관광용’이라고 답변하고 있다니 참으로 문제가 심각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변강사지연구중심의 이성(이聲) 주임이 한 발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한ㆍ중 간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 고구려 등 고대 왕국의 지위와 중국의 관계를 비롯해 한국과 관련된 부문은 동북공정의 10%도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노리는 것은 더 큰 데 있다”
고구려사 왜곡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에게는 고구려사 왜곡이 무척 크게 보일지 모르지만, 중국이 노리는 것은 더 큰 데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동북공정은 21세기를 준비하는 중국이 오래전부터 야심 차게 준비한 ‘대중화주의’ 건설을 위한 국가전략의 일부일 뿐이다.
하ㆍ상ㆍ주 단대공정(夏商周斷代工程)→중화문명탐원공정(中華文明探源工程)→동북공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역사관련 공정이 바로 그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단대공정과 탐원공정은 몸통이고, 동북공정은 서남ㆍ서북공정과 함께 곁가지에 해당한다.
단대공정은 1996년 3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8기 전인대 4차회의에서 비롯된다. 이 회의에서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관련 9ㆍ5계획 및 2010년 장기목표 강요’ 가 발표됐고, 이후 거대한 역사 왜곡이 본격화했다.
단대공정을 쉽게 설명하면 전설상의 하(夏)나라의 시작 연대를 확정하고, 상나라와 주나라의 유적 발굴과 연구를 통해 중국 역사를 확장하는 것이다. 200여 명의 역사학자 등이 동원됐고, 산시(陝西)성 저우위안(周原) 유적,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의 상청(商城)유적 등 모두 17곳을 새로 발굴했다. 이들 유적지는 대부분 하ㆍ상ㆍ주 시대의 도읍지로 알려진 중요 유적지로,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C-14 연대측정)이 이루어졌다.
이후 하나라의 존속연대는 기원전 2070년에서 기원전 1600년으로 정해졌다. 이로 인해 중국의 역사는 무려 1229년이 늘어났다. 중국 역사에서 고대국가의 연대가 정확하게 알려진 시기는 기원전 841년, 서주 말 공화 원년이다. 이에 대해 외국 학자들은 중국 학자들이 지나치게 의도적이고, 중국 정부의 의도에 반하는 연구 결과들은 제외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중국은 단대공정에 이어 2000년부터 탐원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신화와 전설의 시대’로 불리는 삼황오제(三皇五帝)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켜 중국 역사를 1만 년 전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화문명을 이집트나 수메르 문명보다 오래된 세계 최고의 문명으로 만들기 위한 엄청난 프로젝트다.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중국사회과학원보>의 2003년 6월30일자 인터넷판에는 탐원공정의 주요 과제를 ▷고문헌에 보이는 요(堯)ㆍ순(舜)ㆍ우(禹) 관련 자료 수집과 연구 성과 정리 ▷중국 천문학의 기원 연구 ▷예제(禮制)의 기원과 연구 성과 정리라고 밝혔다. 또한 초기 야금기술ㆍ문자자료의 수집과 정리 ▷문명의 기원에 대한 이론과 방법론 정립 등도 설명했다.
그런데 이로부터 불과 1년이 흐른 2004년, 중국은 삼황의 일부이며 중원문화와 직결된다는 염제(炎帝)와 황제(黃帝)에 대한 각종 자료를 10권으로 나눈 <염황자료집>을 발표했다. 중국정부가 탐원공정에 거는 기대와 관심을 읽을 수 있는 사례다. 그 후 탐원공정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요하문명론(遼河文明論)을 만들어 냈다. 1만 년 전 요하(遼河) 일대에서 중화문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 속사정은 이렇다.
탐원공정 이전 중국인들은 중국 역사의 근원을 황화문명으로 보았다. 황화문명은 지역으로는 베이징원인의 출토지인 베이징 주변, 문화로는 황하 중류의 앙소문화(仰韶文化)를 아우른다.
세계 최고의 문명을 만든다
그런데 앙소문화는 기원전 3000년께의 농경 신석기문화다. 따라서 유목을 바탕으로 한 북방문화와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예부터 중화민족은 만리장성을 ‘북방한계선’으로 정하고 북방민족은 미개한 민족이라며 분명한 경계를 두었다.
그런데 20세기 중반 이후 장성 밖 동북 만주지역에서 황화문명을 기초로 한 중원문화보다 시기적으로 앞서고 발달한 신석기문화가 잇달아 확인됐다. 만주지역의 소하연(小河沿)문화는 기원전 5,500년, 사해(査海)문화는 기원전 5,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기원전 3,500년의 유적으로 확인된 대규모 적석총과 제단(요하 일대의 紅山文化)이 발굴되면서 중국 정부는 충격에 휩싸였다.
중국 정부는 다급해졌다. 그리고 서둘러 요하 유역의 홍산문화를 중화문명과 연결하는 작업에 나섰다. 이 결과물의 대표적 예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선양(瀋陽) 랴오닝(遼寧)박물관에서 열린 ‘요하문명전’이다. 동북공정 관련 주요 필진 가운데 한사람인 궈다순(郭大順)은 ‘요하문명전’ 도록의 서언(序言)에서 “중화문명의 시작은 요하 일대의 사해문화와 홍산문화에 있다”고 주장했다.
“8,000년 전의 부신(阜新) 사해문화(査海文化)는 당시 사회조직이 이미 분화된 것을 보여준다. 위계적으로 배열된 방 유적지가 발굴되었고, 사회적 분업(分工)을 통해 옥기(玉器)가 만들어졌으며, 의식의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용의 형상물도 발견된다. 이것은 사해문화가 이미 문명의 시작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요하문명이 발전해 간 모습을 반영하는 요서 지방의 우하량(牛河梁) 홍산문화 유적에서는 5,000년 전의 제단ㆍ사당ㆍ 무덤 삼위일체의 대규모 종교의례를 상징하는 건축군과 용(龍)ㆍ봉(鳳)ㆍ사람(人) 위주의 각종 옥기(玉器)가 발견되었다. 요하 유역이 문명사회로 진입했다는 중요한 실증들이다.”
기존의 황하문명보다 앞선 요하문명을 아무런 근거 없이 중화문명의 발상지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국이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것은 요하 일대에서 빗살무늬토기ㆍ고인돌ㆍ적석총ㆍ비파형동검ㆍ다뉴세문경 등이 대량 발굴된 사실이다. 이들 유물은 중원문화권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한반도에서는 많이 발굴됐다. 또한 이것은 모두 내몽골-만주-한반도로 이어지는 북방문화 계통이다. 따라서 한반도는 요하문명을 바탕으로 중국의 중원문명을 흡수하며 역사를 이어온 셈이다. 그러나 중국은 중원문명보다 앞선 요하문명을 오히려 역이용한다. 요하문명과 한반도의 연계성을 단절해 중원문명의 시작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요하문명전’을 통해 중화민족의 기원을 ‘중원의 염제 신농씨 화(華)족 집단’ ‘동남 연해안의 하(夏)족 집단’ ‘동북 연산 남북의 황제(黃帝)족 집단’으로 정리했다. 또한 중화문명의 뿌리가 황하 유역이 아니라 요하 지역이라는 주장을 공식화했고 요하 지역은 상ㆍ주나라 때부터 중원 왕조에 속해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요하문명을 이끈 소수민족들은 이미 ‘다원일체(多元一體)’의 관계로 중화민족 안에 들어 있다고 대국민 홍보에 나섰다. 동북공정의 논리가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중국은 요하문명전을 통해 “고구려를 포함한 각 소수민족은 중국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민족 대융합을 통해 중화민족으로 통일됐다”고 발표했다. 탐원공정 등 일련의 역사 왜곡 공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제 새로 쓰인 중국의 역사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중화민족’이 탄생한 것이다.
홍산문화의 주인공인 예맥족도 한족?
요하문명전에 앞서 열린 학술대회에서도 중국이 만든 새로운 ‘중화민족’이 선보인 적이 있다. 2005년 7월24일부터 31일까지 네이멍구자치구(內蒙古自治區)의 츠펑(赤峰)시에서는 홍산문화 명명 50주년을 기념한 ‘홍산문화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는 중국학자 100여 명과 외국인 학자 15명이 참석했고 5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중국 학자들 대부분은 홍산문화의 주인공을 예맥족으로 본다. 그러나 중국은 이 학술대회를 통해 “중국의 홍산문화를 주도한 황제족의 후예들인 예맥족이 남하해 고구려 등을 세운다”는 엉뚱한 주장을 펼쳤다.
‘하ㆍ상ㆍ주 단대공정’ ‘중화문명탐원공정’ ‘동북공정’ ‘요하문명론’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역사 관련 공정들은 거대한 ‘대중화주의’를 건설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다. 그 가운데 동북공정은 ‘요하문명론’의 밑그림을 그려 나가는 데 방해되는 것을 제거하는 작업 중 일부일 뿐이다.
동북공정에 참여하고 있는 겅톄화(耿鐵華) 통화사범대 고구려연구소 부소장 겸 교수도 요하문명을 동북공정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요서 지방에서 발생한 홍산문화가 서쪽으로 가서 은나라를 세우고, 동쪽으로 옮겨와 고구려ㆍ부여 같은 나라의 기원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더 나아가 아즈텍문명과 마야문명을 일으킨 사람들이 상나라의 후예들이라는 논리도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역사 관련 공정들이 정리되면 중국의 요하문명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를 제치고 1만 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고의 문명’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하ㆍ상ㆍ주 단대공정을 건의했다는 칭화(靑華)대 쑹 젠(宋建) 교수의 꿈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나?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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