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상고사, 중국 속국으로 전락할 수도"
[인터뷰]박문원 홍산문화학술원장, "홍산문화 연구에 많은 관심을"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입력 : 2013.06.15 08:29
박문원 홍산문화학술원장이 지난 14일 열린 홍산문화유물 공개 고증결과 발표회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박창욱 기자
"제가 수집한 홍산문화의 옥기(玉器) 유물을 토대로 우리 상고사에 대한 학술연구가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박문원(52) 홍산문화학술원장은 "홍산문화의 옥기 유물에 대한 체계적 연구에 필요하다면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곳에다 기증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프레스센터에서 지난 14일 열린 '홍산문화유물 공개 고증결과 발표회'에서 기자와 만나 "중국의 동북공정의 시발점이 되는 홍산문화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는다면 우리 민족의 상고사가 머지않아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 정부는 중국과 외교 및 통상 문제로 인해 고대 홍산문화 연구에 소극적인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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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산문화의 소형 옥기 유물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으로 꼽히는 홍산문화는 1982년 중국 요녕성 우하량 유적지에서 유적이 대거 발굴되면서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중국 북동부 요하 유역인 내몽고 자치주 동남쪽과 요녕성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발현했으며 연대는 기원전 4500~3000년으로 추정된다. 홍산은 내몽고 자치구 적봉시에 있는 산의 이름이며, 요하 지역에서 발현했다 해서 '요하문명'으로도 불린다. 옥 문화가 발달해 옥기 유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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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산문화의 대형 옥기유물들.
이번 발표회에 참석한 우실하 항공대 인문자연학부 교수 등 전문가에 따르면 홍산문화는 발굴 당시만 해도 적석총이나 빗살무늬토기 등 문화적 유사성으로 인해 고조선의 선대 문명인 '동이족' 특히 조이족의 문화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중국 고대 문명의 기원이라는 주장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민족적·정치적 시각을 모두 배제한다하더라도 동북아 문명의 출발점이 된 문명이라는 점에는 많은 학자들이 견해를 함께 한다.
박 원장은 그러나 "유적지도 중국에 있는데다 유물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가능한 국내 학자들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게다가 학계에선 기존의 방식에 매달려 홍산문화와 그 유물의 가치를 제대로 연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여러 학자들도 홍산문화의 가치에 대해선 큰 관심을 나타냈으나, 기존 연구가 없는 현실에서 학술적 접근을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원래 미술을 전공한 박 원장은 입시미술학원을 운영하며 큰돈을 모았다. 그러던 중 91년 재중 교포로부터 '고조선 옥기'라며 홍산문화 옥기 유물을 소개받고서 그 예술성과 역사적 가치에 매료돼 수집을 시작했다. 내몽고 오지 등을 오가며 지금껏 그가 사 모은 홍산문화 옥기 유물은 모두 4000여점에 달한다. 부장품으로 이용됐던 작은 유물에서부터 중국 각 가정에 대대로 물려 내려온 신전용 대형 유물까지 다양하게 보관하고 있다.
박 원장은 그러나 "한 개인의 힘만으로 방대한 유물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큰 애로를 느끼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중국의 경우처럼 국가가 박물관을 짓고 거기에 민간인이 유물을 기증하는 방식으로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상고사와 고대 유물에 대해 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