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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짜 |
2002-06-16 23:08:56 (조회수: 5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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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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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11.<시민의 신문> 중국의 조선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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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중국의 '조선족'
(우실하 : 사회학박사, 요녕대 한국학과 교수)
중국에는 56개 민족이 있다. 다수민족인 한족과 55개의 다양한 소수민족이 중국이라는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살고 있다. 이들의 신분증에는 각자의 민족이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다.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조선족'은 조선말기와 일제강점기를 통해서 '지금의' 중국 땅에 건너와 살고 있던 '한국인'이었다.
대부분의 '조선족' 동포들은 스스로에 대해서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중국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요녕대학에 다니는 조선족 학생에게 "너는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중국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하고 물으면 모두 다 "나는 중국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한국과 중국이 축구시합을 할 때 어느 나라를 응원하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중국을 응원한다"고 대답한다. 자신은 분명히 중국에서 태어나고 중국에서 자랐으며 국적도 중국이라는 것이다.
이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렇다면 미국에서 미국 국적을 가지고 사는 화교들은 미국과 중국이 축구시합을 하면 어느 나라를 응원하겠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이 학생은 "그 사람은 당연히 중국사람이니까 중국을 응원할 것이다."고 대답한다. 무언가 일관성이 없는 대답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그렇다면 미국이나 말레이시아 등에서 그 나라 국적을 가지고 사는 화교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보니, "그들은 당연히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조선족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지니고 있는 생각이다.
조선족들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살고 있는 화교들을 모두 '중국인'이라고 생각한다. 화교들이 그나라 국적을 가지고 살고 있는 나라와 중국이 축구시합을 할 때, 중국인들은 그 화교들이 당연히 중국을 응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에 있는 '조선족' 동포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중국과 한국이 축구시합을 할 때에도 결코 한국을 응원하지 않는다. 조선족들의 발상이 매우 모순적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중국이 개방된 이후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했다. 이렇게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 가운데 많은 기업들이 망하고 나갔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불행한 결과의 중간에는 조선족들이 끼어 있었다고들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인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 말이 통하는 조선족을 한국인과 동일시하고, 우리가 많이 접해본 재일교포와 비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조선족들이 중국인 편에 서기보다는 한국인 편에 서서 한국인을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참으로 천진난만한 생각이다.
외해 각 국에 사는 동포들의 2세 3세 자녀들을 위해서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또한 해외 각 국에 한국문화원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배려들이 중국에는 없다. 필자는 대학시절에 불란서문화원, 미국문화원, 독일문화원, 영국문화원 등에서 이들 나라를 이해라 수 있는 많은 자료들을 접할 수 있었다. 이들은 많은 예산을 들여 영화상영, 도서관 운영, 특강 등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을 보아왔다. 한국의 경우에도 이런 유사한 노력들이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중국에는 전혀 없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가 기관들은 대부분이 이런 문화적 노력과는 상관없는 상업, 무역위주의 기관들이다. 더우기 북경에 한국 대사관이 있고 '한국 기업과 한국인'이 많이 진출해있는 상해와 청도에 총영사관이 있지만, '조선족'들이 엄청나게 밀집되어 있는 동북 삼성의 중심도시 심양에는 총영사관이 아닌 영사관이 있을 뿐이다.
북경무역관, 상해무역관, 성도무역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무역협회, 한국관공공사 등의 사무실이 곳곳에 설치되어있지만, 중국에 사는 조선족 2세 3세 나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알릴 수 있는 '한국문화원' 같은 곳은 어디에도 없다. 중국의 조선족들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문화의 사각지대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는 것은 공연한 말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도 조선족뿐만이 아니라 중국인에게도 우리의 문화를 알리고 소개하는 문화원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아니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홈페이지: www.gaonnuri.co.kr 이메일: woosilh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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